AI 변화의 시대 “중간관리자”, 사라질 직책일까?
AI 변화의 시대 중간관리자, 사라질 직책일까?
– 변화의 촉진자로 진화하는 중간관리자의 역할
중간관리자, 없어질 운명인가?
최근 몇 년 사이 "중간관리자 종말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가트너는 2026년까지 조직의 20%가 AI를 통해 중간관리자 직책의 절반 이상을 없앨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메타, 아마존, UPS 등 글로벌 기업들도 이미 조직 슬림화를 추진 중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조금 다릅니다. 미국 노동 인구 중 중간관리자의 비중은 1983년 9.2%에서 2022년 13%까지 증가했습니다. 단순한 숫자만 보면, 중간관리자는 여전히 조직 내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신호들이 공존하는 지금, 우리는 단순한 생존 여부를 넘어서 "왜", "어떻게" 중간관리자가 필요한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변화의 시대, 중간관리자는 '촉진자'
기업이 변화할수록, 중간관리자의 역할도 변해야 합니다. 과거처럼 ‘감시자’나 ‘보고 관리자’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지금의 중간관리자는 ‘변화의 촉진자’(Change Agent) 가 되어야 합니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연구에 따르면, 중간관리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1.
현장과 경영진을 잇는 연결 고리
고객과 가장 가까이 있는 일선 직원의 목소리를 경영진에 전달하고, 전략을 현장에 맞게 조율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불확실한 환경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역할입니다.
2.
코치이자 멘토로서의 기능
기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팀원을 돕고, 새롭게 요구되는 역량을 개발하도록 이끕니다. 단순히 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동기부여를 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존재입니다.
결국 중간관리자는 ‘일을 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변화하는 사람’으로 그 정체성이 바뀌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의 ‘관리자’, 사람을 잇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많은 일들이 자동화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중간관리자가 담당하던 인사 배치, 보고, 일정 조율 같은 일도 이제는 AI와 협업 도구로 대체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관리자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국 서식스대의 연구진은 디지털 전환 현장에서 중간관리자가 가진 ‘사람 중심’의 역량을 강조합니다.
이탈리아의 한 제조공장은 디지털 도입 초기, 장기 근속자들의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이때 중간관리자들은 직원들과 대화를 이어가며, 기술을 ‘감시’가 아닌 ‘기회’로 받아들이도록 도왔습니다. 기존 역할을 재설계하고, 불안감을 줄이며 변화의 완충 역할을 수행했던 것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의 감정과 협업은 단순히 코드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중간관리자는 바로 그 사이를 연결하는 ‘감정 지능을 갖춘 관리자’ 가 되어야 합니다.
‘없애야 할 대상’에서 ‘관리할 핵심 자산’으로
중간관리자는 종종 ‘비효율’과 ‘관료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관리자 수가 지나치게 늘어난 ‘중간관리자 비대화 현상’은 실제로도 많은 조직에서 문제로 지적됩니다.
하지만 그 해결책이 단순한 ‘구조조정’이라면,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자포스, 밸브, 깃허브처럼 중간관리자를 없애고 민첩한 조직을 시도했던 기업들도 결국 전략 정렬 실패와 우선순위 혼란을 겪었습니다.
해결책은 명확합니다. ‘적정한 수’의 중간관리자에게 ‘명확한 역할’과 ‘새로운 역량’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IBM 전 CHRO 다이앤 거슨은 말합니다. “중간관리자는 전략과 실행 사이를 연결하는 존재다. 없애는 게 아니라 잘 관리해야 한다.”
관리자 대 직원 비율 제한, 관리 범위 조정, 코칭 역량 기반의 선발 기준 등은 이를 위한 실질적인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중간관리자, 다시 정의하자
컨설팅 현장에서 중소기업 대표들과 대화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우리 회사에도 중간관리자는 있는데, 뭐랄까… 그냥 있는 것 같아요.”
이 말의 진짜 의미는 명확합니다. 역할이 정의되지 않았고, 권한도 없고, 책임도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변화의 시대, 중간관리자는 단순한 중간 계층이 아닙니다.
고객과 현장을 연결하고, 전략과 실행을 잇고, 사람과 기술의 간극을 메우는 핵심 리더십 계층입니다.
그 역할을 살리는 일은 단순히 한 직책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질을 만드는 일입니다.
맺음말 – “AI시대의 중간관리자, 새로운 역할”
기술은 빠르게 진화합니다. 그리고 그 기술은 우리 조직의 구조와 역할을 다시 쓰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이 변화를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AI가 전략을 설계할 수는 있어도, 사람에게 변화의 의미를 설명하고, 두려움을 줄이며,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존재는 여전히 사람입니다.
그 중심에 중간관리자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