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는 ‘속도’를 결정한다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 중 하나는 ‘지배구조’입니다. 이는 단순히 의사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넘어, 기업이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혹은 느리게 반응하는지를 결정짓는 틀입니다. 어떤 기업은 시장의 변화에 너무 빠르게 반응하다가 ‘패닉’의 길로 들어섭니다. 반대로, 어떤 기업은 너무 느리게 반응하다가 ‘수동성’에 빠져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고 맙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위험하죠. 지나치게 빠르면 방향 감각을 잃고, 지나치게 느리면 기회를 잃습니다. 특히 최근처럼 스타트업 생태계에 ‘겨울’이 찾아온 시기에는, 이 두 위험을 동시에 관리하는 것이 생존의 핵심 전략이 됩니다.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중심 잡기: ‘유연하지만 일관되게’
시장 변화에 잘 적응하려면 내부적으로 유연성과 일관성을 동시에 갖춰야 합니다. 언뜻 보기엔 모순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이 두 요소는 함께 작동해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예를 들어, 팬데믹 이후 급성장한 기업 중 상당수는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게 전환한 유연성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일관된 핵심가치와 고객관계는 유지했기 때문에 변화 속에서도 신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방향은 바꾸되, 기업이 추구하는 ‘왜’는 지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인재 전략은 내부와 외부의 균형에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인재 확보 전략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내부적으로는 핵심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인재 파이프라인’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외부의 우수한 인재를 수용할 수 있는 개방성도 갖춰야 합니다.
조직이 지나치게 내부 승진만을 고집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반대로 외부 인재에만 의존하면 조직 문화가 흔들립니다. 예를 들어, 어느 중견 IT 기업은 외부 임원을 영입하면서도 내부의 중간 리더를 빠르게 성장시켜, 두 흐름이 서로를 보완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조직은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혁신의 속도를 높일 수 있었죠.
단기 실적보다 장기 비전을 위한 투자
기업이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단기 실적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 철학이 필요합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자주 보는 사례는, 매출 수치나 투자 유치에 집중하느라 중장기 R&D나 브랜드 구축을 소홀히 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접근은 일시적인 성장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결국 지속 가능한 성장은 어렵습니다.
좋은 예로, 한 소비재 기업은 3년 연속으로 당기 순이익이 감소했음에도 친환경 패키징과 유통망 디지털화에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5년 후에는 경쟁사보다 더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눈앞의 숫자가 아닌,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전략적 부채 활용과 동시에, 적절한 보수적 재정 관리를 고민해야 한다
부채 활용의 균형은 기업의 성장과 안정성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무차입 경영은 듣기엔 이상적으로 들리지만, 실제 사업 확장과 기술 투자에는 외부 자본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빌릴 것인가'가 아니라, '왜' 빌리고 '어떻게' 갚을지를 명확히 계획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중소 제조기업은 설비 자동화를 위해 계획적으로 부채를 활용했고, 그 결과 인건비 부담을 줄이며 품질과 생산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단기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부채를 무계획적으로 사용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결국, 전략적 차입과 동시에 보수적인 재정 운용 기준이 필요합니다. 매출이 일시적으로 줄더라도 버틸 수 있는 재무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진짜 의미의 재무 안정성입니다. 부채는 잘 쓰면 레버리지, 잘못 쓰면 족쇄가 됩니다.
모순이 아닌, 균형의 전략
지금까지 살펴본 여러 전략은 언뜻 보면 상충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유연성과 일관성, 내부 육성과 외부 채용, 단기성과와 장기투자, 무차입과 전략적 부채활용… 하지만 이것은 모순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균형’의 문제입니다.
기업은 언제나 정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존재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순을 ‘균형 있게 조율하는 내부 문화’입니다. 그리고 이 문화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CEO의 인식 변화, 조직 구성원 간의 신뢰, 체계적인 실행과 피드백이 쌓여야 만들어지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